청년 실업이 증가하고 직장 구하기 어렵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 그래도 한쪽에서는 여전히 쓸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푸념을 듣게 된다. 종종 사람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곤 하는데, 이런 경우 대략 5년차쯤 되는 경력에 팀원이 5명 정도인 조그만 개발 팀을 이끌 사람을 찾는 것이 대부분이다.
4~5년차 엔지니어라면 일에 대한 열정이 있고 자신의 분야에 대해 자신감도 있을 한창 나이다. 게다가 미혼일 경우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날밤을 새는 것도 어렵지 않다. 능력, 열정, 시간의 삼박자가 딱 맞는 시기라고도 하겠다.
기술이 워낙 빨리 변하는 IT 분야에서는 해당 분야 5년 정도의 경력이라면, 개발 팀장으로서 기술적인 부분을 이끌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적인 면 이외의 부분에서는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까?
개발팀을 이끌기 위한 자질로는 해당 팀에 필요한 기술적 이해 이외에도 팀원에 대한 관리, 프로젝트 추진 능력, 중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능력, 다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은 천성적으로 모두 갖추고 태어난다기보다는 경험과 교육에 의해서 습득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쁜 개발 일정탓에 틈틈이 관리자나 팀장 교육을 시켜주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대개는 교육이나 세미나 참가는 엄두조차 내기 힘든 일정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준비된 팀장이 아닌 팀장의 자질을 가진 사람을 발굴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개발 팀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팀원 개개인의 특징과 개발에 대한 이해가 높아서 팀원들에게 어떤 일을 시켜야할지 잘 아는 사람이 더 좋다. 프로그래밍을 빠른 속도로 잘한다고 해서 팀장이 돼야 하는 것도 아니고, 경력이 제일 많다고 해서 팀장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팀장을 맡길 사람을 찾을 경우, 팀장 경력이 되는 사람들은 이미 다른 팀의 팀장을 하고 있거나 중요 역할을 맡고 있어 데려올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결국 회사 외부에서 데려오거나 이미 꾸려진 팀원중에서 팀장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엔지니어들은 팀장이 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발팀 팀장을 맡는 것을 매니저로서 레벨업되는 기회라 생각하기보다는 개발 업무외에 팀 관리업무와 개발에 대한 책임만 주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프로젝트 일정과 팀원을 관리하는 매니저로서의 능력이 엔니지어로 있을 때에 비해 훨씬 많이 요구되고, 개발보다는 관리와 팀원 간의 의사소통에 치중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자로서의 기술 습득이나 개발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들거나 아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팀장으로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발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냥 개발자로 남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엔지니어도 있다. 관리자로서의 경력보다는 개발자로서의 경력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팀장이 된다고 해서 연봉이 크게 상승되는 것도 아니고(추가 수당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 따라서는 팀장들에게 아무런 권한없이 책임만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별도의 팀장 교육을 거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팀원에서 팀장으로 만들어 놓고는 팀장으로서 행동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갑작스레 팀장이 된 개발자가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할리 만무하다.
문서 작업도 쉽지 않고 팀원들 관리나 일정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팀장을 뽑은 높으신 분들은 반복되는 문제들을 처음에는 그냥 눈감아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초리가 곱지 않다. 결국 못미더운지 그나마 있던 권한도 도로 가져가 버리고 만다.
팀장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안되고 개발일정은 지연되고, 책임감 때문에 밤늦게까지 개발에 매달리다 결국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좋은 팀장 밑에서 제대로 일을 배웠더라면 조금 나을 수 있었겠지만 크게 차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능력없는 사람을 팀장으로 앉히지 말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처음 팀장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다. 하지만 사자가 어린 새끼를 절벽으로 떨어뜨리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책임을 주면 상응하는 권한도 주고, 실패에 대해서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야 한다.
나이든 개발자가 계속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개발자를 관리하는 관리자층이 얇기 때문에 30대 중반만 넘어도 매니저로서 일해야만 한다. 개발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더라도 관리 업무가 상당히 늘어나기 때문에 경력이 쌓일수록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개발자도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좀더 긴 안목으로 자신의 위치를 가늠했으면 한다. 개발 업무 자체에만 집착하기보다는 팀원과의 의사소통, 개발팀과 다른 팀과의 관계 등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그러한 인식의 전환이 매니저로서의 능력 개발에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_a_t_
[출처] 난 개발만 하고 싶어요|작성자 보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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